IP 잡으면 무조건 1/3 씨벳 때려야 할까?
레인지 씨벳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내가 가진 레인지 전체의 성격부터 분해해봐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솔버 처음 돌려보고 "어? IP 잡았네? 그럼 무지성 B25~B33 쿼터 벳 치면 되겠네" 하고 기계적으로 버튼을 누르는데, 이건 명백한 오개념입니다.
포커 커뮤니티 같은 데서도 흔히 나오는 오해가 "IP는 다 레인지벳 때려도 된다"는 식의 뇌피셜이죠.
단언컨대 모든 보드에서 성립하는 만능 치트키 같은 건 솔버 세상에 없습니다.
레인지벳의 제1원칙은 레인지어드밴티지의 격차다
기본적으로 100% 빈도로 치는 레인지 씨벳이 유효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칼같이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첫째, 내게 레인지어드밴티지가 압도적으로 높을 것.
둘째, 상대가 작은 벳 사이즈에 에퀴티를 포기하고 폴드하는 빈도가 유의미하게 나와줄 것.
가장 전형적인 예시가 UTG vs BB Srp 라인에서 나오는 A하이 보드 (예컨대 A72r, AK4r) 같은 텍스처입니다.
이런 스팟에서 솔버를 켜보면 IP의 씨벳 빈도는 가볍게 90%+를 찍습니다.
내 레인지 상단에 AA, AK, AQ 같은 넛 핸드가 즐비하고, BB 입장에서는 플랍에 맞아봐야 미들 페어 이하의 썩은 핸드나 백도어 드로우가 태반이니까요.
여기서는 1/3 벳을 툭 던져도 상대의 쓰레기 핸드들을 싸게 걷어낼 수 있고, 콜을 따더라도 턴 이후 주도권을 쥐고 요리하기가 너무나 편합니다.
게다가 첵백 레인지 자체를 아예 안 남기고 100% 때려버리니까 이후 스트릿 운영도 한결 단순화되는 이점도 분명 있죠.
모노톤 보드에서 레인지벳은 자살행위다
반면 8s 3s 5s 같은 모노톤 보드를 한번 봅시다.
이런 보드에서 기계적으로 쿼터 벳 때렸다가는 BB의 강력한 체크레이즈 한 방에 그냥 레인지 전체가 박살납니다.
실제 솔버를 돌려봐도 모노톤 스팟에서 IP의 씨벳 빈도는 50% 이하로 떡락합니다.
내 레인지에 플러시가 없는 에어라인이나 엉뚱한 오프수트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지 BB도 뻔히 알고 있거든요.
상대 수비 레인지에 플러시 드로우나 이미 완성된 플러시 콤보가 두텁게 깔려 있는데, 여기서 1/3 벳을 날리는 건 그냥 칩을 꼬라박는 짓입니다.
WSOP 메인 이벤트 파이널테이블 같은 하이 레벨 토너먼트를 봐도 탑 프로들이 보드 텍스처에 따라 전략을 명확히 나눕니다.
보드가 젖어있고 양측 레인지가 촘촘히 얽히는 상황에서는 첵백 빈도를 50% 이상 가져가거나,
벳을 하더라도 넛 핸드와 강한 블러프 위주로 찢는 폴라라이즈 전략을 씁니다.
반대로 상대의 약한 핸드를 묶어두고 블러프 인듀스를 노릴 거라면, 어설픈 1/3 벳으로 팟을 키우지 않고 첵백을 주거나
아예 사이즈를 빵빵하게 때려서 콜 마진을 좁히는 게 훨씬 EV가 높게 나옵니다.
정리하자면, IP라고 해서 무조건 1/3 벳 치는 기계가 되지 마세요.
내 쓰레기 핸드를 버려도 괜찮을 만큼 레인지 우위가 뚜렷하고, 상대 레인지에 애매한 미들 핸드가 많을 때만 레인지벳을 쓰는 겁니다.
보드가 조금이라도 축축하면 첵백부터 누르고 턴 카드를 보는 게 내 뱅크롤을 지키는 길입니다.
이상 끝.